🌰 심을 때는 암나무인 줄 몰랐습니다
가을마다 반복되는 일이 있습니다.
길을 걷다 무언가를 밟고, 그 냄새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거죠.
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.
"대체 왜 이런 나무를 심어놨을까?"
그런데 심은 사람도 몰랐습니다.
심을 당시에는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알 방법이 없었거든요.
1. 범인은 나무가 아닙니다
암나무의 열매입니다
암나무와 수나무의 차이 [01]
먼저 오해를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.
은행나무 자체에서 냄새가 나는 게 아닙니다.
| 구분 | 특징 |
| 암나무 | 열매가 열리고, 그 겉껍질에서 냄새가 납니다 |
| 수나무 | 열매가 열리지 않아 냄새도 없습니다 |
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입니다.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.
🔬 정확히는 '열매'도 아닙니다
우리가 열매라 부르는 것은 식물학적으로 씨앗에 가깝습니다.
냄새는 씨앗을 감싼 말랑한 바깥층이 물러지면서 납니다.
뷰티르산 등이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.
참고로 그 냄새에는 벌레가 싫어하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.
은행 열매 주변에 파리가 잘 꼬이지 않는 이유입니다. 나무 입장에서는 방어 장치인 셈이죠.
2. 그럼 왜 암나무를 심었나
구별할 수 없었습니다
암수 판별의 어려움 [02]
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.
⏳ 암수를 알려면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
은행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 생식기관이 나타나기 전까지
겉모습으로 암수를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.
그 시기가 보통 15~30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.
그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.
| 시점 | 일어난 일 |
| 심을 때 | 암수를 모른 채 묘목을 심습니다 |
| 10년 후 | 아직 모릅니다 |
| 20~30년 후 | 열매가 열립니다. 그제야 압니다 |
| 그런데 | 이미 거목이 돼 있습니다 |
😮 누구의 실수도 아니었습니다
일부러 암나무를 심은 게 아닙니다.
고를 방법이 없었습니다.
수십 년이 지나서야 "아, 이게 암나무였구나" 하고 알게 된 거죠.
3. 그래도 왜 하필 은행나무였나
이유가 있습니다
은행나무의 장점 [03]
냄새만 생각하면 왜 굳이 은행나무를 싶지만, 가로수로서는 장점이 많습니다.
| 장점 | 내용 |
| 공해에 강함 | 도심 매연 속에서도 잘 자랍니다 |
| 병충해가 적음 | 관리 부담이 작습니다 |
| 수명이 길다 | 한 번 심으면 오래갑니다 |
| 단풍이 아름답다 | 가을 경관에 기여합니다 |
1960년대 도심에서는 가지와 잎이 신호등이나 간판을 가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.
그 대안으로 공해에 강하고 단풍이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주목받았습니다.
🏙️ 서울의 상징 나무입니다
서울시는 1971년 은행나무를 상징 나무로 지정했습니다.
그 결과 서울 가로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습니다.
냄새는 그 선택에 따라온 대가인 셈입니다.
4. 지금은 사흘이면 가려냅니다
DNA 성감별
성감별 기술 [04]
이 문제를 해결한 건 국립산림과학원입니다.
| 구분 | 예전 | 지금 |
| 판별 기간 | 15~30년 | 약 3일 |
| 필요한 것 | 열매가 열릴 때까지 | 묘목 잎 한 장 |
1년생 묘목의 잎에서 DNA를 뽑아, 수나무에만 있는 유전 표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.
🧬 손톱만 한 잎 한 장이면 됩니다
공통 표지와 수나무 특이 표지가 함께 나오면 수나무,
공통 표지만 나오면 암나무로 판별합니다.
이제는 심기 전에 수나무만 골라낼 수 있습니다.
30년을 기다려야 알던 것을 사흘로 줄인 셈입니다.
5. 그런데 왜 아직도 냄새가 날까
이미 자란 나무들
교체가 느린 이유 [05]
기술이 있는데도 매년 똑같은 이유가 있습니다.
| 이유 | 내용 |
| ① | 기술은 묘목용입니다. 이미 심긴 큰 나무에는 쓸 수 없습니다 |
| ② | 새로 심거나 고사한 나무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|
| ③ | 은행나무는 오래 삽니다.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습니다 |
| ④ | 그래서 점진적입니다. 암나무 수가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|
🪓 베어내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
수십 년 자란 가로수를 없애면
그늘과 경관도 함께 사라집니다.
그래서 열매를 미리 털어내거나
그물을 설치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.
악취를 줄이면서 오래된 가로수도 지키려는 절충이죠.
지금 우리가 맡는 냄새는 수십 년 전의 선택이 남긴 것입니다.
그리고 지금 심는 나무들 덕분에 다음 세대는 덜 맡게 될 겁니다.
덧붙여
밟았을 때는
| 상황 | 방법 |
| 신발에 묻었을 때 | 마른 뒤 긁어내는 편이 낫습니다 |
| 냄새가 남았을 때 | 베이킹소다·신문지 등으로 흡착 |
| 가장 좋은 건 | 안 밟는 것입니다 |
그리고 길에 떨어진 은행은 주워 드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.
매연과 중금속에 노출됐을 수 있고, 지자체에서 수거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
한 줄 정리
은행 냄새는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라 '시간의 문제'였습니다.
심을 때는 암수를 알 수 없었고,
알게 됐을 땐 이미 거목이 돼 있었습니다.
지금은 사흘이면 가려내지만,
이미 서 있는 나무들은 천천히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.
올가을에도 한 번쯤 밟으실 겁니다.
그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시면 조금은 덜 억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😅
※ 이 글은 국립산림과학원 등 공개 자료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. 암수 판별에 걸리는 기간과 가로수 구성 비율은 자료와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. 지역별 수거·관리 방식은 해당 지자체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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